30일 새벽 4시55분께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무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발생 깊이는 12㎞로 올해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다. 기상청이 1978년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지진 규모로는 44위다. 진도 4는 실내에서 진동을 느끼고 잠에서 깰 정도다. 인접한 울산에서는 소방당국에 41건, 112상황실에 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다행히 인명·시설물 피해는 없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은 2016년 9월12일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던 곳(경주 내남)과 가깝다. 당시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점에서 발생한 이 지진은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진은 단층대가 집중돼 있는 울산과 경주 등 동해 방면 도시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울산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지금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내진설계는 잘 돼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울산에 대한 기상청의 지진 관측은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국내 지진 발생 지점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나라 지진은 동남권, 남부내륙, 서해안지역에 걸쳐 L자형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의 단층대가 지나가는 울산, 경주, 포항은 언제, 어느 지점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특히 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울산은 전체면적 1061㎢ 중 20㎢가 연약지반이어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여기다 울산은 석유화학단지의 노후된 설비와 지하에 매설된 노후 기름·가스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울산은 북쪽으로는 월성원자력단지가, 남쪽으로 고리원자력단지가 위치해 있다.

올해 지구촌에서는 2월 튀르키예·시리아에 규모 7.8의 강진이 덮친데 이어 9월에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에 대비하지 못한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은 지금의 과학기술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신속하게 통보하는 것이다. 신속한 통보는 재빠른 대피를 가능하게 하고, 가스폭발이나 화재 등 2차 피해를 줄여준다.

이번 지진이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안도감과 긴장완화는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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