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수퍼사이클에 올라 탄 조선업 현장 숙련공 부족 문제가 선박 제조는 물론 기자재 수급문제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조선 협력사들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수주물량만큼 블록을 생산하지 못해 원청업체가 중국산 블록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경남 거제 조선업계는 이미 부족한 블록 물량을 중국산으로 채우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선 부품도 조만간 중국산이 점령할 공산이 크다. 국내 조선 숙련공 확보와 외국인 근로자 우대·고용업체 요건 완화 등 조선업 인력확보를 위한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선박 블록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산 선박용 블록을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선박용 블록을 자체 생산하고, 부족분은 지역 협력사를 통해 수급하고 있는데, 협력사들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필요한 블록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록 제작은 철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용접을 비롯해 인력 수요가 많은 핵심 공정이다. 조선업 인력난의 여파가 협력업체의 부품 기자재 수급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울산 조선업은 지난해에 이어 수주랠리를 이어가며 향후 4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총 147척 208억9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를 132.7% 초과 달성했다. 또 엔진을 제외한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127억7000만달러를 수주해 목표치를 119.4% 넘어섰다. 수주잔량은 529억달러로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업이 살아나면서 부족한 인력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충당됐다. 최근 수년새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충원한 외국인 근로자는 5200여명에 달할 정도다. 그런데도 조선 현장에선 인력난으로 아우성이다. 정부의 추가 인력 투입 등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주물량이 늘어나면서 계속 일손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업계는 20% 가량 더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 생산 차질이 빚어지기 전에 인력 수급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과 근로여건이 열악한 협력업체 문제 등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의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저가의 중국산 조선 기자재 비중을 늘려서는 안된다. 이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업 경쟁력 하락을 넘어 향후 공급망 위기시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의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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