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철마산과 망월산, 소산마을
기장군 등줄산맥의 준봉 철마산
철마면 오지 소산마을에서 출발
천연암벽 멋들어진 매암산 거쳐
망월산의 탁 트인 조망 즐긴 뒤
억새군락지 유명한 당나귀봉 지나
철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행길
소산마을로 내려오는 길 여유 만끽

▲ 매암산은 산의 중앙에 매남 방우라는 큰 바위가 있어 부른 이름이다. 옛날 매남 방우 넓은 대에 두루미가 둥지를 짓고 살았다고 해 소학대(巢鶴臺)로 불린다.
▲ 고도 605m의 철마산은 서쪽으로 금정산의 주능선을 비롯해 경상남도 김해의 신어산, 무척산이 바라다보이고, 동북쪽으로는 양산의 영축산과 신불산 및 영남 알프스의 주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

12월, 겨울 산행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있는 철마산(鐵馬山)이다. 철마산은 동쪽으로 망월산(望月山), 문래봉(文萊峰), 함박산(含朴山), 천마산(天馬山)을 거쳐 달음산(達陰山)으로 이어지는 기장군 등줄 산맥의 준봉이다. 산정은 험준하고 산지 경사가 매우 급하며, 특히 남쪽 산기슭이 가파르다. 북쪽으로는 백운산(白雲山) 자락과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거문산(巨文山) 자락과 연결돼 있으며, 남쪽으로 회동 수원지가 자리하고 있다. 고도 605m의 철마산은 서쪽으로 금정산(金井山)의 주능선을 비롯해 경상남도 김해의 신어산, 무척산이 바라다보이고, 동북쪽으로는 양산의 영축산과 신불산 및 영남 알프스의 주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철마산의 북쪽 기슭에서는 임기천이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고, 남쪽 기슭에서는 송정천이 발원해 서쪽으로 흘러나간다. 소산벌에서 흐르는 홍류동 계곡은 수량이 풍부해 홍류 폭포가 형성돼 있다.

원점회귀를 고려해 출발지를 소산마을로 했다. ‘소산마을-매암산(515.8m)-망월산(549m)-당나귀봉(574m)-철마산(605m)-소산마을’이다. 기장군에서 가장 오지가 철마면인데, 철마면 중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이 소산마을이다. 소산마을은 소산벌이라고도 하는데, 온통 해발 500m 이상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이다. 소산마을은 좁은 산길을 한참 걸어야 갈 수 있다. 지금이야 좁은 길이어도 차가 다니지만, 예전에 걸어 다녔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오지마을이었을 것이다.

2.

출발은 임도였지만, 곧 비탈진 오솔길을 걸었다. 쉬엄쉬엄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 어느 순간 철마산과 망월산 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망월산 방향으로 걸었다. 중도에 매암산에 들렸다. 두 번째 헬기장 직전의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40m쯤 들어간 곳에 매 바위와 매암산 정상석이 있다. 매암산은 산의 중앙에 매남 방우라는 큰 바위가 있어 부른 이름이다. 매남 방우라는 지명은 산처럼 큰 바위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뫼(山) 바위가 이곳 사투리로 매 방우, 매암 방우, 매남 방우로 불리고 있다. 이 바위산은 옛날 매남 방우 넓은 대에 두루미가 둥지를 짓고 살았다고 해 소학대(巢鶴臺)로 불리기도 한다. 매남 방우는 기반암이 나출된 산정으로 깎아 지른 듯한 암벽이 천연적으로 형성돼 있다. 산 곳곳에 야생화 군락이 형성돼 있어 형형색색의 빛깔이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동쪽으로는 양수 마을에서 두명 마을로 넘어가는 진티(천지재)를 지나는 교통로가 이어져 있으며 정관 신도시가 산 아래 펼쳐져 있다.

매암산에서 되돌아 나와서 15분쯤 걸어가면 망월산이 나온다. 망월산(望月山)은 망일산(望日山), 매암산(梅岩山)이라고도 부른다. 망월(望月)은 정관의 서쪽에 있어 동쪽으로 해와 달이 뜨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보름달 뜨는 밤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망월산은 기장 일대에서 최고의 조망을 보여준다. 정상에서는 360도에 가까운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보면 가깝게 자리한 동해와 달음산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면 가깝고 먼 일광산, 금정산 고당봉, 신어산, 물금 시가지, 천성산, 용천산, 시명산 등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망월산은 북쪽으로 고도가 같은 백운산(白雲山)과 이어져 있고 동쪽으로는 정관 신도시가 산 아래 펼쳐져 있다. 멀리 아홉산과 장산(山), 구곡산(九曲山)이 눈에 들어온다. 고도 520.2m의 망월산은 백운산과 함께 정관의 주산을 이룬다. 산의 정상 부근에 솥뚜껑처럼 생긴 곳이 있는데, 이를 소두방이라 불렀으며, 정관읍의 이름이 이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망월산과 철마산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너른 곳을 소두방재라고 하는데, 옛날 정관읍에서 철마, 동래 방면으로 왕래하던 유일한 길목이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등산객들만 넘나드는 고개가 되었다. 예전 정관 사람들이 농산물, 임산물, 수공업품을 지고 철마, 동래 방면으로 오가던 관문이었다. 지금은 고개를 걷다 보면 소두방 고갯길 사이로 억새 군락이 눈에 띄며, 오래된 밤나무, 상수리나무, 해송 등이 자라고 있어 아담하게 나 있는 오솔길을 걷는 느낌을 준다.

3.

철마산 가는 길에 당나귀봉이 있다. 당나귀봉 일대는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철마산 574봉 돌탑 옆에 정상석이 있다. 당나귀봉은 전국에 여럿 있다. 그 이름은 대체로 당나귀가 짐을 싣고 가는 형국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곳 당나귀봉 정상석에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의 약어라고 돼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하는 게 맞다. 산을 다니다 보면 잘못 세워진 정상석을 보게 될 때가 있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잘못 명명된 정상석이 진짜인 줄로 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거짓은 거짓일 뿐인데, 거짓과 진실이 혼동되거나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경우가 많은 세태를 반영하는가 싶어 씁쓰레했다.

▲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 어리버리산악회 회장
▲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 어리버리산악회 회장

당나귀봉을 지나 몇 번의 오르내림을 거친 후 드디어 철마산에 도착했다. 철마산(鐵馬山)은 ‘해동지도’(1750년대)와 ‘대동여지도’(1861)에 위치와 지명이 묘사돼 있다. 철마산의 명칭은 옛날 대홍수가 나서 바닷물이 밀려 올라와 철마면 일대가 물속에 잠기자 동해의 용왕이 곽암(藿岩)의 용굴에 사는 용마(龍馬)에게 명을 내려 홍수를 다스리게 했다고 한다. 용마는 홍수를 물리치고 나자 물이 없어 용궁으로 환궁하지 못해 햇볕에 말라 점차 굳어져 쇠 말이 되었다고 전한다. 이 쇠 말이 남아 있던 산이라 해 쇠말산으로 불리었고 한자명으로 철마산이 되었다고 전한다.

철마산 정상에서 되돌아 소산마을 길은 환상적인 옛길이다. 산자락을 빙 돌아가는 길은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완만한 길로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오는 길에 양지바른 곳을 찾아서 점심을 먹었다. 거문산(543.9m)을 오르려고 했다. 일행들이 실컷 내려와서 다시 오르는 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거문산 산행은 다른 날에 하기로 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과욕은 부리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문래봉(511.4m)을 갔으니 소산마을 주변에서 남은 건 거문산뿐이다. 내년 봄에 소풍 삼아 홍연폭포도 구경할 겸 진달래꽃도 구경할 겸 거문산을 올라야겠다. 그리고 때가 되면 정관 일대 마무리 산행으로 ‘달음산-천마산-함박산(치마산)-곰내재-문래봉-매암산-망월산-백운산’으로 종주 산행을 해야겠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 어리버리산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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