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오늘은 울주군이 삶으로 스며드는 문화예술 일상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울주문화배달’ 4기의 발대식이 있는 날이다. 올해에는 ‘울주공연배달’에 참여할 예술단체 23팀과 ‘문화놀이배달’에 참여할 문화활동단체 15팀과 함께 노인정, 복지관, 마을회관, 공원 등 주민이 신청하는 곳이 어디든 다양한 공연과 문화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필자는 재단 출범부터 ‘울주문화배달’ 사업을 준비하면서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없는 주민들에게는 전문성 있는 문화를 제공하고 지역예술인들과 문화활동가들에게는 연간 일정 횟수 이상의 예술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타지자체의 찾아가는 문화활동 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의 상황과 여건이 어떻든 간에 공연이 펼쳐지는 순간 만큼은 예술인은 공연자로, 주민들은 관객으로 각자의 역할로 인생의 찰나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도록 수혜처 접수부터 예술인 모집과 선정, 공연 운영,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울주문화재단이 직접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400여 차례의 울주문화배달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작년 이맘때 열렸던 언양알프스시장의 첫 공연배달이었다. 인근 경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신 어르신들 100여명이 함께 사물놀이팀의 장단에 맞춰 추임새도 넣으시며 무척이나 흥겨워하셨다. 공연자 또한 열띤 관객의 호응에 신이 나서 장구 피가 찢어질 만큼 신명 나게 연주를 이어가던 중,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무대 앞으로 오시더니 연주자의 장구에 5만원 지폐 2장을 꽂고 사라지셨다. 놓고 가신 금액이 딱 장구 피의 교체비용 만큼이라 놀라워 하며, 돌려드릴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에 열린 울산의 한 축제에서 유명 트롯 가수가 노래 중간마다 ‘구미시민 여러분’이라고 외치다가 관객들의 원성을 듣고 뒤늦게 울산에 왔다는 것을 자각하고 사과한 경우를 보았다. 하루에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대형 가수일지라도 높은 공연료를 받고 공연하는만큼 장소가 어딘지는 알고 와야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저렇게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지역 예술인에게도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울주문화배달 공모에는 지역의 장르별 대표예술단체들을 포함해 120여팀의 예술단체와 문화활동가팀이 접수했다. 역량 있는 많은 단체가 지원한 덕분에 우수한 공연단체들을 선정할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작은 공연 기회라도 제공하지 못한 공연팀들에게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원했던 건 화려한 축제 무대나 높은 출연료보다도 같은 눈높이에서 관객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자신들의 예술적 역량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은 소박한 무대였을텐데….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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